끄적이기

퇴근버스 (부제: 내 마음은 갈대)

융기 2022. 7. 12. 22:31

나는 수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오후 5시 40분쯤 사무실에서 나온다.
(단, 야근이나 회식이 없다면 ..)

집 앞에서 내려주는 퇴근버스는 17시 55분에 첫차이고,
10분 뒤인 18시 05분에 두번째 차편이 있다.

이 다음 버스 출발시각이 19시 20분, 그리고 20시 30분(..!!) 이기 때문에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나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시간이다.

따라서 난 상황에 따라 17시 55분, 아니면 18시 05분 버스를 주로 탄다.


참 재밌다.

17시 55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경험과
18시 05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경험이 
너무나도 달라서 말이다.

최근에는 주로 18시 05분 버스를 탔었다.

그런데, 18시 05분 기사 아저씨는 .. 정말 답답해 미칠 정도로 천천히 운전을 하신다 .. 
평소 퇴근 시간인걸 감안해도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 아저씨는 1시간이 걸린다 .. 

"그래. 기사님 운전 스타일이기도 하고, 15분 정도 괜찮지 뭐~"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나는 본디 성격이 급한편 인걸 어떡하리!

안되겠다. 사무실에서 5분 일찍 나와서 17시 55분 차를 타야겠어.

그렇게 오늘은 17시 55분 버스를 탔다.

현재시각은 17시 53분, 출발시각은 17시 55분인데
대기줄에 서있던 사람들이 타자마자 출발해버리시는 기사님 ..

'XX에 내리시는 분 있으세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XX에 내리는 사람이 없다는 무언의 응답이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지정된 노선이 아니라 사람이 내리지 않는 정류장이 제외된,
기사님만의 신(新) 노선으로 운행되었다.

어쩌다 맨 앞에 앉게 되어서
급출발, 급제동, 칼치기, 얌체스러운 끼어들기,
앞차가 조금이라도 굼뜨면 경적울리기 등
기사님의 현란한(?) 운전 Skill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갑자기 앞으로나 옆으로 쏠리는 몸뚱아리..
멀미날 것 같다. (살면서 멀미를 해본 적은 없다.)
아니, 사고날 것 같다...!!!!!

그렇게 달리고 달린 퇴근버스가 나를 내려준 시각은 18시 33분 ..

정확히 40분이 걸렸다 .. 오늘은 생각보다 도로에 차도 많았는데 ..

기분이 이상하다.
집에 빨리 올 수 있는 건 좋은데.. 정말 좋은데..

열심히 달리는 17시 55분 퇴근 버스